아래 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애도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대단히 가슴아파하는데, 어쨌건 그거하고 별개로 생각해야하니까.

지옥문이 열렸다. 진짜로.

1.노무현의 행동은 特功(즉 가미가제 공격)이라는 표현으로 설명이 된다.

자신의 죽음으로서 모든 걸 덮어버리고 여러가지 부수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마지막으로 몰릴데로 몰린 자가 할 수 있는 결단이지만 타이밍 정치적 효과 방법 모두 어느 정도 수단과 목적 사이에 정합성이 있으며 효과가 뛰어나다.계산이 그렇게 정교하게 되진 않았을 가능성이 크지만 정치에 관해 동물적인 본능이 발현된 결과랄까.

2.언론에서 자살 동기로 자신의 신념이 부정당한 걸 드는데, 사실 노무현의 대통령 통치기간을 보면 신념이 외부 세계와 충돌했을 때 그렇게 무너지는 타입이라고 보긴 힘들다.차라리 노무현의 주변 사람들, 특히 자녀들을 치고 들어오는 조중동과 검찰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가장의 분노와 절망이 동기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이런 측면에서 이명박과 조중동이 대단히 잔인한 족속들이라는 게 증명이 되는건데, 조중동은 몰라도 이명박이 노무현의 자녀를 욕보이는 방식은 극도로 잔인하고 찌질했다.수사를 비공개로 해서 원턴에 공개하는게 아니라 계속 정보를 흘려 자녀들을 완전히 폐족으로 만들려고 했으니.

문제는 이 잔인성이 무력한 이들은 완전히 짖밟아도 된다는 사고에서 나온다는 것.누구나 한 방은 가지고 있기 마련이고 그 한 방이 아무리 미약해 보여도 다른 요소와 화학반응을 잘 일으키면 무시무시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지난해 광우병, 올해 초 용산, 그리고 이번 노무현 건이 그 결과물인데, 약자의 감정과 입장을 생각치 않는(그들의 대중관은 한마디로 우매해서 조작가능한 병신들이라는 것이다.집권 초기 대 언론 교육 자료를 참조) 이명박의 행동이 대기업 사장이라면 잘 통할지는 몰라도 힘의 강약관계가 단순하지 않은 정치영역에선 파국적인 효과를 낳을 수 밖에 없다.

2-1. 뭐랄까 타자와 관계를 맺는 그의 방식은 관리나 조율과는 거리가 먼 위계질서 약육강식에 치우쳐 있는 거 같은데, 이명박의 잔인성, 혹은 약자를 언제든지 무시해도 된다고 보는 그의 특성은 지금까지 이전 참모들이 무수히 이명박을 배신했던 역사, 그리고 생사고록을 같이한 참모가 한명도 없다는 것에서 잘 드러난다.

문제는 이게 앞으로 3년반 내내 수직으로 미끄러질 이명박으로서 대단한 폭탄들이 될 거라는 것.재임 이후에도 폭탄은 터져나올 것이다.전 대통령을 이렇게 대우한 탓에 대중의 동정심은 없을 것이고 결국 이명박이 장차 어디까지 추락할 지 짐작이 힘들 지경이다.

2-2. 이명박의 노무현 때리기는 정무적 차원에서 도를 넘었었다.친노세력에 대한추격섬멸전의 성격을 가지고 있던 노무현 수사는 거의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보수언론 일각에서 그냥 불구속시키고 슬슬 덮자고 이야기가 나왔으니까.게다가 역효과도 상당했고,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하는데) 전과14범의 퇴임 후를 생각한다면 이쯤에서 그만두었어야한다.

게다가 친노계열이 민주당에서 굉장한 문제거리라는 점을 생각할 때도 그렇다.노무현과 결별을 해야하는 민주당에게 있어 친노계열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존재였다.내치자니 세력이 크고 포용하자니 노무현 이미지에서 못벗어나니까.결국 지지난해와 지난해처럼 그 사이에서 자멸할 가능성이 컸는데, 계속 밀어붙였다.

하지만 자녀를 완전히 병신을 만드는 걸 그만 두지 않고 찌질거렸던 것은 노무현에 대한 이명박의 컴플렉스의 발로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이명박의 폭정이 시골에 소탈하게 살아가는 노무현의 이미지와 극단적으로 대비되면서, 또 좌파의 실정을 욕햇지만 그보다 훨씬 못한 성적표가 나왔으니, 건수가 치면 잡힐 인간적인 이유는 충분하다.

3. 이명박의 가장 큰 문제는 이제 살인자라는 칭호를 달고 다녀야한다는 것.어제까지만 해도 그는 포악하고 무능할 뿐이었다.하지만 이제 그는 사람을 죽인 개새끼다.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존경도 받지 못한 채 3년 반 동안 통치해야 하는 상황에서 점점 고립무원이 될 수 밖에 없다.그리고 이건 지난해부터 보이는 가장 오른쪽에 있는 무리들, 강부자, 조중동을 더 의지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그리고 그들의 주문에 맞는 정책을 집행하는 데 무리함을 경찰력으로 커버할 수 밖에 없다.악순환은 더 심해질 것이다.

나아가, 진정한 문제는 그가 공화주의의 적대자 혹은 살인자라는 딱지를 결코 뗄 수 없을 거라는 점이다.한국인들에게 있어 공화주의에 대한 지지는 대단히 강고하며, 도저히 빼앗길수 없는 것으로 여긴다.87년 체제의 유산이랄까.지난 2002년 탄핵사태는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민주주의 선거로 뽑아서 5년간 통치한 대통령을 일종의 간접적인 사법살인으로 죽여버린 사람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해야할까.1인 1표의 환상을 대변하는 대통령과 권력에 눈이 먼 독재자와 그 하수인의 대비는 너무나 명확하다.

이명박은 많은 이들에게 공화국의 적대자로 인식되어 왔다.지난해 촛불 시위가 이명박에게 남긴 가장 큰 상천데, 이게 노무현의 죽음이라는 실체로 드러난게 작금의 상황이다.또한 추모식을 강제로 막는 데서 보여지는 그의 포악함은 ‘공화국의 적‘이란 주장을 더욱 설득력있게 만들어주고 있다.

4. 이 ‘공화국을 지켜야한다’는 슬로건이 마침에 수면 위로 올라왔다눈 점에서 대중 집회는 임계점에 거의 다달았다.지옥문이 열렸다 말을 앞에 꺼낸 가장 큰 이유다.이명박 정부의 대중 불만은 넓고도 깊다.어떤 사건으로 분출구를 찾아서 어떤 형태를 띄느냐가 문젠데, 이명박 정부가 대중집회에 대해 히스테리컬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그 분출구가 나타나지 않을까하는 불안 때문이다.6월 촛불 재연설이 올초봄 무렵까지 광범위하게 이명박 정권 내에서 제기됐던 까닭이고.

그런데, 이 불만이 최강의 상징을 얻었다.공화국의 민주주의가 이명박의 독재 사법권력에 죽임을 당했다는 것.노무현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더라도 향후 ‘MB독재타도’ 슬로건은 점점 힘을 얻을 것이고 그만큼 그러한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다.사회경제적 요인에서 분열된 다양한 계층의 한국인들이 유일하게 같이 분노를 표출할 수 있는 몇안되는 슬로건이 대중의 자연스런 인준을 받고 있는 게 현재 며칠간 일어나는 상황이라고 보여진다.

이명박 입장에서 최우선적인 관심은 대중 집회를 막고, 현재일을 어물쩡 넘기면서 ‘폭풍우가 지나가길 기다리는 일’이지만, 경찰력을 푼다 해도 악순환은 계속 될 것이고 대중동원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집권 1년5개월 시점에서 이게 시작된 폭풍에 맞서 앞으로 이명박이 꺼낼 수 있는 카드는 없다.

5. 노무현은 앞으로 신화가 될 것이다.공화국의 상징으로서.순수한 민주주의 공화국 내지는 정부가 권력을 절제했던 올바른 방향 등에 대한 언급이 나오면 노무현 5년관과 연관될 것이다.페론과는 다른 방향이지만, 역시 강력한 상징이다.

향후 몇 년 후에 이 상징을 누가 차지할 것인지가 관건이다.친노의원들은 자신들이 적임자라고 생각하겠지만 현재 친노그룹의 상태를 보면 그럴 가능성은 낮다.무엇보다 노무현 팬덤은 현재가 아닌 몇 년 후에 나타날 것으로 보이는 데 현재 친노가 그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 지 의문이다.노무현의 실정에 대한 광범위한 불만이 아직 남아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렇다.이 적대감이 세월의 흐름에 중화돼 상대적으로 안정된 이후에 노무현 상징화가 시작 될 것으로 보인다.

6. 천신일 건이 이주 전후로 물위로 올라올텐 데, 아마 그냥 어물쩡 넘길 가능성이 크다.대중의 눈이 따갑다해도 이걸 게속 치고 들어올 언론사도 몇 없고 엄격한 정보통제 등을 통해서 유야무야 할 것이다.

물론 천신일을 희생양 삼을 수도 있다.하지만 이는 이상득도 다치는 걸 감수해야한다는 게 문제다.현재 이명박의 정권 기반은 허약하며, 특히 국회장악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최근 원내대표 경선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위기를 맞은 최후의 결집 정도로 보인다.이 상황에서 이상득이 타격을 입을 경우 가뜩이나 인기없는 이명박 정권에서 여의도는 완전히 해방구나 다름없게 될 것이다.더욱이 이게 여당내 야당 그룹의 부상과, 차기 대권 문제와 맞물리면 국회발 레임덕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의원들에게 장관이라도 앉히면서 달랠 수단을 주면 모를까, 지난 개각에서 봤듯이 의원들의 경력관리 코스는 아예 닫혔다.이들이 다음 총선을 맞아서 희망없는 이명박호를 떠날 이윤 충분하다)

하지만 문제는 이상득을 지키기 위한 천신일 구명이 결국 이명박의 목을 죌 거라는 것이다.

7.
이명박 본인에게도 이번 일은 지옥문이 열린 것이다.가장 큰 문제는 집권 말기다.이명박은 보수세력 내에서 아웃사이더에 가까우며, 장기적인 이해공동체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위기의 보수가 선택한 우파 포퓰리즘 해결책인 셈이기 때문인데, 그 때문에 언제든지 버림받을 수 있다.

또한 노무현을 죽음에 이르게 한 자라는 인식은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도 없앨 것이다.노무현에게 했던 그대로 당하는 것이라는 게 대중의 생각일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유력한 차기 후보인 박근혜는 이명박에게 칼을 갈고 있다. 1년 반 동안 친박은 제대로 된 지분이 없었고, 박근혜는 국정에서 소외됐다.(정권 초에 DJ가 김종필을 총리로 임명하듯 박근혜를 총리로 임명하고 파격적인 수준으로 실권을 주었으면 어땠을까, ) 야당은 지금까지 당한 것에 대해 엄청나게 격양되어있다.

보수 정치권 국민 모두에게 버림받은 이명박의 측근들이 충성을 바칠지도 의문이다.많은 수가 엽관배들인 이들이 가라앉는 배에 탈출하기 위해 착용하는 구명조끼 안엔 이명박 정권의 추문과 부패가 한 가득 실려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게 모두 화학반응을 일으킬 경우(불행인지 다행인지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4년 뒤 사람들은 티비를 보며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느낄 지도 모른다.

원문
歲寒時節- http://coldera.tistory.com/entry/노무현-대통령-서거-지옥문이-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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