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자 중앙일보에 올라온 사설입니다.

[분수대] 거짓말하는 능력 [중앙일보]

아담과 하와의 장남 카인은 동생을 시기해 들판에서 살해한다. 바로 그날 하나님이 직접 묻는다. “네 동생 아벨은 어디 있느냐?” 카인은 말한다. “저는 알지 못합니다. 제가 동생을 지키는 사람입니까?” 성서에 따르면 우리는 살인자의 자손인 동시에 하나님에게 대놓고 거짓말을 한 사람의 자손이기도 하다.

거짓말은 인간만 하는 게 아니다. 아마존의 숲속에 사는 새들도 거짓말을 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상황은 이렇다. 각기 다른 종의 새들이 함께 무리를 지은 집단에는 보초 역할을 맡는 종이 있다. 흰날개때까치와 개미때까치다. 매 같은 포식자가 나타나면 큰 소리로 울어 경보를 울린다. 이들이 거짓 경보를 내는 경우가 관찰됐다. 다른 새들이 황망히 몸을 숨기는 동안 유유히 날아다니며 눈에 띄는 벌레들을 먹어 치우는 것이다. 관찰된 718회의 경보음 가운데 106회는 근처에 포식자가 없는 거짓 신호였으며 대개는 위와 같은 사태가 벌어졌다고 한다. 까치의 지능이 새 중에서 가장 높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인간에게서 언어가 진화한 배경은 ‘거짓말을 하기 위해서, 그리고 이를 가려내기 위해서’라는 주장도 있다. 정신과 의사 조지 서번은 “거짓말은 제2의 천성”이라고 말했다. 서로 잘 아는 두 사람이 10분간 대화를 하면서 보통 2~3개의 거짓말을 한다는 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거짓말이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공익을 위한 거짓말, 선의의 거짓말은 필요하다. 다음 주에 금융실명제를 시행할 예정이어도 “그런 계획 없다”고 잡아떼야 정책의 효과가 있을 것이다. 청혼을 거절하면서 “당신이 일류대 출신이 아니라서”라고 밝히면 상대방에게 불필요한 상처를 줄 뿐이다.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국무위원 후보자들이 너무 ‘정직’해서 사태를 악화시키는 듯하다. ‘유방암이 아니라는 판정을 받은 기념’으로 남편이 오피스텔을 선물로 사주고, ‘자연을 사랑해서’ 절대농지를 구입했다는 해명이 그렇다. “감기가 아니라는 판정을 받은 기념으로 새 차를 사주지는 않았나” “자연을 사랑하면 오지의 숲을 구입해야 하는 것 아닌갚라는 비난이 들끓고 있다. 불리한 결과를 뻔히 예측할 수 있는 데 굳이 그런 해명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게 ‘사실’이어서 그대로 밝혔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렇다면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공직자는 정직해야 하지만 때론 거짓말을 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정직이 불필요한 상처를 국민에게 주는 경우에는.

조현욱 논설위원

세상에 우째 이런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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